Interview with Director Lee Jung-hyo: Inside the Daily Life of a Football Fanatic
[광주=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포츠한국은 5일 ‘“난 ‘K-무리뉴’ 아냐, 선수성장이 우선”… 이정효 축구엔 ‘부성애’ 있다[스한 위클리]‘ 기사를 통해 K리그1 승격팀 광주FC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이정효(48) 감독의 지도 철학을 들어봤다. 이번 기사에는 ‘스한 위클리’에 다 녹이지 못했던, 기자와 이정효 감독의 대화를 담았다. 이 감독의 전술 구상, 축구를 생각하며 보내는 일상, 광주FC를 위해 내는 목소리를 전한다. 이정효 : 해외 축구 중에서도 특히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브라이튼의 경기를 많이 보는 편이다. P급 지도자 교육을 받고 논문을 쓰며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를 떠올렸을 때 ‘포지션 파괴’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 다음 공 소유와 공간 소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예시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러던 중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보는데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광주도 저런 축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PL 경기에서 좋은 점을 하나씩 빼 온 다음, 광주 축구에 맞게 세부 사항을 추가한다. 베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팀에 적용하기 위한 디테일이 빠지면 안 된다. 그래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EPL과 국내축구 경기를 몇 시간씩 보고 광주 선수들 훈련 영상을 찍어서 봤다. 그러니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보이더라. 훈련 프로그램을 짜는 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분석 코치와 여러 상황에 대해 해결책을 논의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꼼꼼히 만들었다. 지금은 훈련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틀이 갖춰졌기에 처음보다 훨씬 빠르게 만든다(웃음). 내가 광주에 적용하고 있는 방법을 EPL 팀 감독이 쓰고 있는 걸 보면 ‘누가 먼저 시도한 거냐’하는 경쟁심도 생기더라. 공간 활용과 관련해 머리를 쥐어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어느 날 유튜브로 본 브라이튼의 오픈 트레이닝에서 광주와 비슷한 훈련을 하더라. 그래서 ‘저 사람(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과 내 생각이 비슷하구나. 둘 다 아무리 쥐어짜도 이 훈련이 최선인 거고, 팀에 가장 맞는 방법이구나’하는 공감이 생기더라. 이정효 : 지난 7월 맨체스터 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방한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직접 가서 봤다. 그들의 방식을 보고 앞으로 광주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상대가 내려섰을 때와 압박했을 때의 파훼법도 한층 빨리 찾게 됐다. 저들처럼 과감하게 변화하면서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자고 생각했다. 이정효 : 지인이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자서전을 사 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 사람의 노하우일 뿐이다. 오히려 역사책이나 좋은 옛말에서 배우는 편이다. 이정효 : 있다. 울산 원정에서 2-0으로 이겼던 29라운드와 서울에 1-0 승리한 30라운드에서 어쩔 수 없이 수비적으로 했다. 감독은 적극적으로 올라갔으면 하는데, 선수들이 본능적으로 내려서길래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얘기해줬다. 당연히 두 경기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나 적극적으로 추가골을 노리길 원하기 때문이다. 울산, 서울 같은 팀을 상대로 개인 능력에서 밀려 고전하는 경우가 분명 있다. 기본적으로는 광주가 잘하는 공격을 항상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개인 능력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더욱 조직적인 수비 방법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무턱대고 공격만 했다면, 이런 경기를 통해 기세 좋은 팀을 상대로 안정적으로 수비하며 결과를 가져오는 요령도 터득했다. 반면 울산과의 34라운드 홈경기에서는 맞받아쳐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광주의 조직적인 압박과 공수 전환이 좋아 ‘힘 대 힘’으로 붙어볼 만했다 그날 울산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지만 광주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선수들에게 실수에 개의치 말라고 했고, 결국 1-0으로 승리했다. 이정효 : 뼈대가 있어야 한다. 김경민, 안영규, 정호연, 이순민, 이희균, 두현석, 이민기 등 각 구역에서 기준이 되는 선수들이 필요한 움직임을 잘 보여준다. 감독은 덕분에 다른 선수들에게 더 효율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고, 선수들도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다. 이정효 : 메신저 프로필에 음덕양보(陰德陽報)라는 말을 썼다. 누구를 보든지 베푼다면, 그 복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래서 항상 ‘베풀자’는 생각으로 산다. 골키퍼 김경민에게는 ‘한 시즌 동안 무실점 경기 15회를 달성하면 골프채를 사 주겠다’고 했고, 목표를 달성해 나도 약속을 지켰다. 김경민이 골프채를 받고 활짝 웃는 모습이 좋아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띄워놓았다. 이건희는 서울 이랜드에서 뛴 2년 동안 리그 1골이 전부였다. 그래서 지난 시즌에 이건희와 하승운에게 ‘먼저 5골을 넣는 사람에게 신발을 사 주겠다’고 했고 이건희가 목표를 달성했다. ‘동기를 만들어주면서 베풀면 선수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좀 더 분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기를 한다. 어느 정도 가능한 목표를 얘기해줘야 한다. 외부에서는 건희가 5골을 넣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건희가 그 정도 해 줘야 팀이 순위 경쟁에서 더 힘을 받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이희균은 ‘애증의 관계’에서 ‘더 키워보고 싶은 선수’로 바뀌었다. 애착이 많이 간다. 지난 9월17일 서울 원정에서 부상을 입은 후 약 한 달간 훈련에 함께하지 못했다. 놀릴 사람이 없어서 심심하더라(웃음). (정)호연이는 놀려도 그냥 수긍하는 느낌이라 재미가 없다. 하지만 희균이는 곧바로 반응을 보여 놀리는 맛이 있다. 얼마 전에 훈련에 복귀해서 열심히 놀리고 있다. 이정효 : 골프를 치거나 혼자 있는 걸 정말 좋아한다. 경기를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날에는 선수들이 오후 5시쯤 식사까지 마치고 집에 간다. 아무도 없는 실내훈련장에서 혼자 1시간10분 동안 러닝머신에서 뛰었는데 너무 좋더라. 마침 다른 팀 경기를 하고 있어서 뛰면서도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자’고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물론 경기 다음날은 잠을 많이 자면서 축구를 잠시 내려놓지만 일주일 중 5일은 축구에 빠져있다고 보면 된다.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을 때 TV를 켜도 15분 정도 지나면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싶다. 결국 자동으로 축구 경기 앞에 가 있다. 경기를 분석할 때 한 번만 봐서는 잘 안 보인다. 5번은 봐야 각각의 선수 움직임이 연달아 보인다. 이후에 움직임이 잘못된 부분을 편집해 선수 개인에게 보내준다. 분석관이 촬영한 전반전 영상이 35~38분 정도 되는데, 그걸 분석하고 각 선수들에게 편집본을 보내주는 것까지 4시간이 걸린다. 매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누가 내게 하루 36시간을 줬으면’ 싶은 적도 있다. 다행히 구단에서 분석관을 한 명 더 뽑아준다고 했다. 겨울 비시즌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정효 : 하루에 한 번은 운동을 한다. 아침, 점심을 잘 챙겨먹고 저녁 먹을 시간에 러닝머신에서 뛴다. 뛰다 보면 여러 생각이 많이 난다. 운동을 끝내고 샤워하고 나면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인다. 저녁을 먹지 않아 마침 잠도 안 오니,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이정효 : 전용 훈련장이 없으니 2시간 안에 훈련을 끝내야 했다. 이 환경이 역설적으로 도움이 됐다. 훈련 프로그램을 정말 알차게 만들지 않으면 2시간 안에 목표하는 바를 모두 진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준비했다. 물론 시간에 쫓기는 불편함은 컸다. 어떤 날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수시로 시계를 보고 있는 내 자신에 화가 나더라. 2시간이 지나면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정효 :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게 되면 어느 정도 예산도 확보해야 하고, 좋은 선수의 숫자를 늘리며 기존 중요 선수들도 대우해줘야 한다. 또한 원정팀이 광주에 왔을 때 훈련 장소도 제공해야 한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는 없기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아시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미디어에 많이 노출된다면 광주FC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생길 것이다. 그러면 광주시 팬 분들도 경기장에 더 많이 찾아오시지 않을까. 팬 분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광주FC도 더욱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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